(펜앤드마이크, 23.10.03) [추석특집]'증도가자' 미스터리③/"(속기록) 진품일 가능성이 많다"..."장사꾼 물건 보물 지정해 값이 뛰면 누가 책임지냐" 충격발언도
페이지 정보
- 조회수1,797
- 작성일23-11-21 16:53
페이지 정보
- 조회수1,797
- 작성일23-11-21 16:53
본문
문화재청 '부결' 발표에 학계 반발
고의 '부결' 의심케 하는 속기록
소장자가 '고미술商'이라고
'국보급 문화재 지정 부결?'
정치권 압박에도 끄덕않는 '문화재 카르텔'
소장자 "문화재는 '국가 자산'...
왜 소장자 직업과 연관시키나"
2017년 4월 13일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가 증도가자 '보물지정' 안건에 대해 심의 결과 '부결'을 발표하자 남권희 교수와 소장자인 김종춘 다보성갤러리(당시 한국고미술협회장) 회장은 몇일 뒤인 4월 17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학계에서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기자회견장에는 남권희 경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외에도 유부현 대진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김성수 한국서지학회 회장 등과 최순용 변호사가 참석해 방사성 탄소연대 및 금속성분 분석, 주조방법과 서체 비교 등을 근거로 문화재청의 결정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증도가자를 공개하고 진품임을 주장해온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남권희 교수는 "2017년 4월 13일 오후 3시경 문화재위원회 회의가 끝나자마자 A4지 두 장 분량의 보도 자료와 백여 장의 PPT자료를 가지고 한 시간만인 오후4시에 언론 설명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은 문화재청에서 미리 '부결' 자료를 만들어 놓았다는 의혹을 짙게 한다"며 "일반적으로 문화재청은 민감한 심의 내용일 경우 간략한 내용(4~5줄)을 발표할 뿐이다"고 말했다.
또 김종춘 회장은 "그같은 결정을 내린 문화재위원회 역시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을 받으려는 '문화재 마피아'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문화재청이었던 나선화 청장을 향해서는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면 문화재청장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협박한 세력이 있다. 문화재청장은 그러한 협박을 한 세력이 누구인지를 밝혀주기를 바란다. 그러한 협박이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을 부결한 원인이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펜앤마이크>가 입수한 '심의 속기록'을 보면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심의록의 내용을 일부 공개한다.
"(증도가자가) 진품일 가능성이 많다. 법적으로 가짜가 아닌 다음에는 문화재를 밖으로 반출할 수 없다. 우리 위원회가 그런 중요한 금속활자를 가짜로 했느냐 비난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신청자(소장자)가 그것을 팔아먹는 날에는 어디에 팔아먹느냐. 그러면 형사처분 받아야 한다."
"팔아먹는 상황이 발생되면 그 비난의 화살이 왜 부결시켰느냐 하고 들어온다."
"부결을 써놓았는데 그게 흔들리면 어떻게 되더라도 사유부터 써보자. 첫 번째 뭘 쓸까? 증도가자 이야기를 쓸까?”
"방사성탄소연대측정과 표면조사에 의하면, 고려금속활자 여부에 대해 고려시대 제작이 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가능성이 있지만 이렇게 쓰자"
"소장 경위는 설명하면 할수록 점점 꼬여서 영원히 그것은 해줄 수가 없다"
위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화재청이 고의로 부결을 주도한 셈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김종춘 회장이 누누이 거론하는 '문화재 카르텔'에 관한 것이다.
2009년 10월 김종춘은 강진 청자 박물관에서 국내 최대 문화재 사단(일명 'J모 사단')의 소개로 각각 10억 원에 구입한 청자2점에 대해 각각 1억 원에 불과하다고 감정하여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강진 청자박물관 구입 유물(청자)을 감정,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J모 사단' 대부 J모 씨는 30년 이상 국공립박물관의 문화재 구입 등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막강 실력자이다.
김 회장은 'J모 사단'을 '문화재 카르텔'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의 '강진청자박물관' 감정 이후로 모 세력에 의한 집요한 괴롬힘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는 향후 '증도가자 진위 감정'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김 회장은 보고 있다.
같은해 12월15일 고미술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고미술대전 진짜와 가짜의 세계’전 개막식을 몇 시간 앞두고 서울 종로 경운동의 협회 사무실과 김종춘 회장 집에 검찰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후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은 3차례나 이어졌다.
또한 2010년 1월 29일 MBC PD수첩은 '사라진 고구려 고분벽화'편을 제작하여 15년 전 중국에서 도굴된 뒤 행방이 묘연해진 고구려 장천 1호분과 삼실총 벽화가 국내에 유입됐으며 김 회장이 이 벽화를 구입·보관하고 있다는 식으로 방송됐다.
또 다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되었다. 물론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훗날 모 인사의 양심선언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모두 사실이 아니며 '김종춘 죽이기 공작'이었다.
훗날 '고구려 벽화' 사건은 2020년 11월 개봉한 영화 '도굴'(박정배 감독)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종춘 회장은 '카르텔'을 언급하며 "진위논쟁과정의 최대미스터리는 국과수발 (위작추정)발표를 꼽기도 했다.
문화재청의 지정조사단이 본격 활동 및 각종 과학감정을 (본격)시작도 하기 전인 2015년 10월 27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 7점이 위조"이라고 발표했다.
더하여 같은 달 31일 국과수 모 관계자는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가 주최한 제42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이란 논문 발표(4인 공저)를 통해,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 7점이 위조이며, 개인(다보성 소장)소장 101점도 의심되니 국과수의 판단을 받는 것이 순리‘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일종의 "증도가자=가짜"로 쐐기를 박으려 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격앙된 어조로 '문화재 카르텔'을 겨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솔직히 J모 사단과 연결되지 않는 문화재 고위인사 및 문화재위원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서로 서로 연결되는 그들이 담합하여 가짜로 만들려다 명확한 증거 등으로 가짜를 만들지 못해 소장자를 핑계로 '가치 없다'면서 부결시킨 것입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박 모 위원은 "장사하는 사람의 물건을 보물로 지정해 값이 뛰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김 회장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정치권의 압박에도 끄덕 않는 문화재청
문화재청의 '부결' 심의에는 정치권도 비판하고 나섰다.
2017년 9월 28일 유성엽(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노웅래(더불어민주당)·이철규(자유한국당)의원이 공동주최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금속활자! 문화재인가? 아닌가?'란 학술토론회에 관련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격렬한 논쟁을 벌임으로서 증도가자 진위논쟁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토론회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유성엽 위원장은 "사실에 입각해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증도가자에 대해) 결론을 낸다는 마음을 갖고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동주최자인 노웅래 의원은 "증도가자에 대한 문화재청의 (보물 지정 부결) 결론을 객관적으로 볼 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운을 떼면서, 특히, "문화재청의 결론에 대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인 것 같지만 가치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하여 노위원은 "문화재청의 결론은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평가한 게 아니고 마치 '엉터리 정치'를 하듯 정치적 혹은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애매모호한 판단"이라고 질책, "제3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비판은 10월 국정감사에도 이어졌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2017년 10월 16일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장에서 김종진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연구용역 결과와 지정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보류를 해야지 왜 부결을 했나. 고려시대 유물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부결 쪽으로 몰고 가려고 (문화재청이)안달을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유위원장은 "관련 전문가들의 파벌과 알력에 의해 부결 쪽으로 몰고 갔다"고 질책했다.
'문화재 마피아'를 연상케 하는 지적이다.
'증도가자' 진위 논란은 2019년 10월 '증도가자' 실물이 공개된 상태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또다시 재연됐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고려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있는 유물을 방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 "금속·서예·조판·주조분야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재 가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민석 문체위원장도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증도가자'가 고려활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힘으로서 재검토 가능성이 열리는 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청장의 발언과 달리 결국 재조사는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정 청장의 발언 후 문화재청 박한규 문화재 보존국장이 정세균, 이동섭 의원실을 방문하여 '고려금속활자 가치 규명 조사연구 계획'을 보고했는데, 주요 내용은 20~22년 3개년 동안 5.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관련자료 수집과 분야별 쟁점사항 재검토 등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계획에 그치고 만 것이다.
'문화재 마피아'에 대해 김 회장은 안타까운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문화재는 국가재산이라며 왜 문화를 사람과 결부해 장난을 치고 흠집을 내는지 모르겠어요. 학계 몇몇 분이 사욕을 버리고 바른 길로 갔으면 합니다."
#언젠가 진실 밝혀질 것, 정치권도 계속 관심 가져
그러면서 김 회장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증도가자 12점을 처음 공개했던 지난 2010년에 한 독일인이 증도가자를 팔라며 찾아왔어요. 세 번이나 찾아와 돈을 얼마든지 주겠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거절했지요. 나중에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그가 주한 독일대사인 것을 알았습니다. 역시 구텐베르크를 배출한 나라로구나, 감탄했지요. 독일에서 증도가자에 대해 그런 관심을 보인 것에 대해 우리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 한가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남권희 교수가 들려줘서 알았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중국인민은행이 주관하고, 중국전폐박물관·중국전폐학회가 주최한 '중국 초기 청동활자의 중대한 발견 학술 논증회'는 일본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고려금속활자를 중국의 송·원 대 활자라고 공식 발표했어요. 그 활자가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증도가자와 같은 그룹의 활자라고 하더군요. 중국은 향후 해당 활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가 증도가자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독일과 중국은 '증도가자가 진품'임을 인정하고 발빠르게 움직였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고미술업계의 경쟁의식, 학계의 파벌 다툼, 소장자 간의 시각 차이 등이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지요. 그로 인해 우리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는 10년 넘게 끌어온 논란이 지긋지긋하지만, 증도가자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단은 문화재청에 '서면'으로 재조사 요구 민원을 두차례나 올렸고 "문제 없음"이란 답변을 받았지만 '증도가자'에 대한 관심을 다시한번 정부에 상기시켰다고 생각합니다. 1239년 이전의 금속활자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인정된다면 세계 인쇄 역사를 바꾸는 획기적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으로 믿습니다."
김종춘 회장은 한국고미술협회장을 일곱 차례나 지냈을 만큼 업계에서 인정받는 권위자다.
그는 최근 지난 세월 수집한 고미술품에 대한 도록을 만들었다. 수백여 쪽의 책이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도록은 한국과 중국의 고대문화 시기부터 근세기까지의 유물을 총망라하고 있다.
또 그는 고미술협회장을 지내는 동안 업계 활성화를 위해 뚜렷한 성과들을 냈다.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에 '도난문화재를 무조건 보유자로부터 몰수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 '보유 경위를 안 따지고 몰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얻어낸 것이 한 사례이다.
그는 시장에서 위조품을 몰아내기 위해 임기 내내 '가짜와의 전쟁'을 강조했다.
문화재청 후원을 받아 진품과 위조품 구별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고, 협회의 감정 내용을 책자로 펴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강의하는 고미술품 감정 아카데미를 개설해 23기까지 지속했다.
또 김종춘 회장은 50년전부터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유물(일제가 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가며 한반도에 남긴 중국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 꾸준히 우리 전통 고미술품은 물론 중국 고미술 수집으로도 일가를 이루었다.
국내에 중국 고미술 감정가들이 극히 드문 상태에서 우샤오화 상하이시 수장가협회 회장, 천커타오 상하이 옥션협회 부주임, 션지아신 상하이 서예가협회 부주석 등은 지난달 다보성갤러리에서 열렸던 '한중문화유산 상설전'을 찾아 고서화와 도자기 등 전시된 중국의 유물들을 지켜보며 감탄사를 연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끝>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