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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4.06.14) 中 전문가들 “다보성의 中 희귀유물들 처음 봐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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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698
  • 작성일24-06-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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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문가들 “다보성의 中 희귀유물들 처음 봐 …많이 배웠다”

 

작년 이어 재방문해 석각, 문진명 서화와 원·명·청대 도자기 살펴

고대 홍산문화 옥제품들도…연신 감탄하며 "헤아릴 수 없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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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성 갤러리는 20일까지 中유물 7차 온라인 경매

"일반인 참여 확대 위해 시작가를 파격적으로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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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샤오화, 천커타오, 선지아신 등 중국 문화재 감정 권위자들이 서울 다보성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오대십국 작가인 석각의 서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다보성(윤선우 촬영)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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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지아신 상하이시 서예가협회 부주석과 우샤오화 중국 소장가협회 고문이 서울에서 만난 중국 희귀 도자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다보성(윤선우 촬영)제공.

"저희가 처음 본 작품들이 너무 많습니다. 너무나 희귀한 보물들을 보여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중국 고미술품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고미술품 전문 갤러리 다보성에서였다. 이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중국 유물의 일부를 본 후의 소감이었다.

천커타오 중국 상하이시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과 우샤오화 중국 소장가협회 고문, 션지아신 상하이시 서예가협회 부주석. 이들 세 사람은 문화재 감정가이자 소장가로서 중국 내에서 명성이 높다. 상하이시에서 문화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의 영향력도 큰 인물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도 서울에 와서 다보성갤러리를 방문, 서화와 도자기 등 중국 유물들을 보고서 참으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중국 문화재가 한국에 수만 점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선사시대부터 원대(元代), 명대(明代), 청대(淸代)까지 연도 스펙트럼도 다양해서 신기했다. 중국 5만 년 역사를 다 보여주고 있다. 종류가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고품격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다."

이들이 작년에 이어 재방문한 것은 한국에 있는 자국 유물들의 존재와 그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또한 이들 작품을 자국으로 들여가기 위한 매입 방법 등을 내밀히 모색하기 위해서였을 지도 모른다.

다보성 측으로서는 이 갤러리의 김종춘 회장이 50여 년 수집한 중국 유물들의 가치를 중국의 문화재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감정받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김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고미술계 권위자이지만 중국 유물이니만큼 중국인들에게 그 가치를 평가받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저희가 이번에 다시 와서 본 것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석각(石恪·934~965) 서화 작품이었습니다. 오대십국시대 후촉 사람인 석각은 송나라 황제가 궁중 화원에서 작품 활동을 하라고 명해도 듣지 않고 서민들과 어울리며 민간 정취가 담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중국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을 본 적은 있으나, 이처럼 민간에 전해진 작품은 없습니다."

션지아신 부주석은 가로 826.3㎝, 세로 47㎝ 크기인 석각의 대형 작품이 희귀해서 소장 가치가 무척 높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판매했던 북송 시대 서예가 황정견(黃庭堅)의 작품이 경매에서 2억5000 위안(한화로 약 473억 원)에 낙찰된 예를 들며 석각 작품의 가치를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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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커타오 중국 상하이시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은 청나라 건륭시기의 은 주자를 살펴본 후 “기러기 모양은 과거 급제에 대한 소망을 상징한다”라고 했다. 장재선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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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샤오화 중국 소장가협회 고문은 중국 유물 도록을 계속 살피며 다보성 소장품의 가치를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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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지아신 상하이시 서예가협회 부주석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물들이 많아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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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샤오화, 천커타오, 선지아신 등 중국 문화재 감정 권위자들이 명대 병부상서 지석(明代 兵部尙書 誌石)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커타오 부회장은 명나라의 문인·화가인 문징명(文徵明·1470~1559)의 산수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다보성이 소장하고 있는 12 미터의 산수도는 본 적이 없습니다. 비견할 만한 게 없어서 값을 매길 수가 없습니다. 대만 고궁박물관에 4미터짜리가 있는데, 8900만 위안(한화로 약 17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커타오 부회장은 이번에 와서 송, 명, 청나라 때의 희귀 도자기 작품을 많이 봐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사자 모형의 뚜껑이 있고 어깨 양쪽에 코끼리 코 모양의 귀가 붙어 있는 유개병(有蓋甁)은 처음 봤다"라며 "값을 매기기 어렵지만 일부 작품은 4200만~5250만 위안(한화로 약 80억 원~1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중국 도자기 값을 이렇게 높게 책정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 다보성 측 반응이었다.

"저희는 홍산문화(紅山文化) 유물도 500여 점 소장하고 있습니다." 김종춘 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돼지머리 모양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옥제품 일부를 공개했다. 홍산문화는 B.C.4000~B.C.3000년 쯤 지금의 랴오닝 성 서부에 위치했던 선사시대의 고고문화를 가리킨다.

천커타오 부회장은 "다보성이 중국 보물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 거 아니냐"라며 농반진반의 말을 던진 후 "한 번도 판매가 안 된 작품이니 값을 헤아릴 수 없다"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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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춘 다보성 회장은 “오랜 세월 창고에 소장해 온 중국 유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서 국내외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다보성 측은 이번에 홍루몽(紅樓夢·청나라 건륭제 때 나온 고전소설) 대형 화첩 일부도 공개했다. 가로 40.5cm, 세로 71cm 크기의 그림 34개가 화첩 1권을 이루는데, 이것이 32권이나 있다고 했다. 우샤오화 고문은 책상에 길게 펼쳐진 화첩의 이모저모를 세밀히 살핀 후 "참 대단하다"라며 감탄만 연신 내뱉었다. 션지아신 부주석은 "수집품의 수준이 넘버원"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종춘 회장은 중국 전문가들의 반응을 예상한 듯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랜 세월 발품을 팔아 모아온 중국 유물들이 창고에 그득히 쌓여 있어 이제 정리할 시기가 왔다"라며 "그것들을 판매해서 중국에 박물관을 짓고, 이후 전 세계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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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성갤러리의 중국 문화유산 온라인 경매 홈페이지 이미지.

한편 다보성갤러리는 제 7회 중국 문화유산 온라인 경매를 지난 13일부터 시작했다. 도자기·먹·호박·비연호(鼻煙壺·코담배를 넣어두는 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39점을 출품했다. 20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경매는 일반인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시작가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먹과 호박 작품이 10만 원, 도자기 작품은 50만 원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는 △청건륭(淸乾隆) 연지홍 도화문 천구병△청건륭 오륜도 봉퇴병△명(明) 채색유 의장용 2점△송 월요(宋 越窯) 청유 원앙 합△청광서(淸光緖) 분채 화조도병△명가정(明嘉靖) 청화 운학문관 등이 있다.

이 중 ‘청건륭 연지홍 도화문 천구병’은 풍요로움과 길조를 상징한다.둥근 몸체에 복숭아나무와 박쥐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청건륭 오륜도 봉퇴병’은 다섯 종류의 새를 통해 유교의 오륜(五倫)을 상징했다. 봉건적 윤리 관계를 표현한 섬세한 그림이 돋보인다. ‘명 채색유 의장용 2점’은 부채를 든 여성과 활을 든 남성 도용 한 쌍을 담았다.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화려한 색채가 특징이다. ‘송 월요 청유 원앙 합’은 꼬리가 긴 원앙 형태의 도자 합으로 맑은 청색 유약과 갈색 무늬가 조화롭다. ‘청광서 분채 화조도병’은 백자 바탕에 국화와 메추라기가 그려진 병이다. 장치구안(長治久安·장기간 나라가 태평)의 뜻을 담고 있다. ‘명가정 청화 운학문관’은 푸른색 학과 구름이 그려진 항아리로, 장수를 상징하는 운학문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다보성갤러리 소장품들이 나왔다. 온라인 경매사이트(www.daboseong.com)를 통해 참가할 수 있으며, 다보성갤러리 4층에서 직접 관람할 수도 있다.

장재선 전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