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 24.06.30) 중국 고미술 감정전문가들이 다보성을 줄줄이 찾는 까닭은?
페이지 정보
- 조회수1,147
- 작성일24-07-02 11:33
본문
중국 고미술 감정전문가들이 다보성을 줄줄이 찾는 까닭은?
국내 최대 중국유산 ‘보물창고’ 다보성에 희귀한 작품 감정 평가 이어져… 홈페이지에도 1년간 50만명 접속
2022년 10월 프랑스 파리 근교 퐁텐블로에서 열린 경매에서 감정가 2000유로(약 280만원)의 중국식 도자기가 추정가의 4000배가 넘는 770만유로(108억40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같은해 12월에는 세계 3대 경매 회사 크리스티 홍콩 현장에 나온 청나라 건륭 황제(1736~1795)시기 제작된 황실용 도자기가 약 136억원(8억106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또 중국 근대미술 대가 치바이스(1864~1957)의 ‘산수십이조병’은 2017년 베이징 경매에서 1570억원(9억3150만위안)에 낙찰돼 세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 고미술 감정전문가들이 송나라 시대 활동한 중국 화가 석각의 그림(왼쪽))으로 추정되는 8m 길이의 미술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중국 문화재가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고미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시진핑이 집권하면서부터다. 시진핑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선언하자 잘나가던 현대미술이 급격히 꺾이고, 고미술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었다. 문화예술 부흥에 동참하는 중국 수집가들이 서양인이 소장한 골동품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몽땅 사들이면서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현대미술에서 고미술로 이동하면서 ‘중국 문화유산의 보물창고‘ 로 알려진 서울의 다보성갤러리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올들어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고미술 시장 및 감정 전문가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고, 세계 각국에서 컬렉터들의 홈페이지 접속도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7차례 열린 온라인경매에도 상당한 낙찰 실적을 올리며 중국 문화재 거래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줄잇는 중국 감정전문가 방한
지난달 고미술 전문가 예페이란 중국 문물학회 감정위원회 위원, 유휘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관 과학연구처장 겸 국가문물감정위원회 위원, 구팡 중국 소장가협회 학술연구부 전문위원이 다보성을 방문해 다양한 소장품들을 감정하고. 설명회도 갖었다. 앞서 12일에는 천커타오 상하이시 소장협회 상무 부회 장 등 중국 고미술 전문가들이 다보성갤러리를 찾아 처음 공개된 중국 유산을 감정했다.
서울을 찾은 이들은 “한국인들이 소장한 작품을 보면서 중국 고미술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며 “일부 작품들은 검증을 완료하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아 격찬했다.
지난달 27일 다보성갤러리가 개최한 중국 문화재 설명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박수를 치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 구팡 중국 소장가협회 학술연구부 위원, 유휘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관 과학연구처장 겸 국가문물감정위원회 위원,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이오희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한국 최대 고미술 전문화랑 ‘다보성갤러리’을 방문한 예페이란 , 유휘 구팡은 송나라 상식국 각화 연꽃문 정병을 비롯해 원나라 청화 유리홍 봉황문 매병, 명나라 청화백자 운룡문개관, 청나라 분채 수도문상이병 등 중국 도자기와 서화 소장품 70여 점을 둘러봤다. 이들은 국내 소장가의 미공개 유물들을 직접 감정하고, 홍산문화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을 하며 한국과 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어 냈다.
“한국에도 유별나고 진귀한 중국 문화유산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작 시기도 매우 광범위하고 종류도 다양해 김종춘 다보성 회장님의 안목이 대단 하더군요. 그동안 수많은 중국 박물관을 둘러보았지만 이처럼 품격이 높고, 다양한 작품들을 본 적이 없거든요. 중국 문화재를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보성이 최초 공개한 석각의 서화와 문징명의 보물급 산수도
특히 송나라 시대 활동한 중국 화가 석각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8m 길이의 서화를 감정한 이들은 “역사적 가치와 희소가치가 높은 문화재"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명나라 시대 유명 화가 문징명이 당시 문인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산수도에 대해서도 "문화적 품격이 대단하고, 희소성이 매우 높은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예페이란 감정위원회 위원은 중국 고미술 시장성에 주목하며 다보성의 진귀한 소장품에 대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조하며 “도자기의 감정방법에 대해 태, 유약, 조형, 문양, 관지 등 5대 요소를 시대별로 특징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우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방법이 있는데 도자 전문가들이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추려낸 방법입니다. 좋은 감정 경험을 파악하려면 평상시에도 끊임없이 자신만의 자기 감별 능력을 쌓아가고 향상시켜야 합니다“
유휘 베이징 고궁박물관 연구원 역시 “다보성이 소장하고 있는 제백석과 장대천의 작품이 보존 상태가 좋아 국제시장에서도 먹힐 것 같다”며 놀라워 했다. 그러면서 한·중 문화교류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문화 교류가 경제와 정치 교류를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민간 교류는 가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지요.”
한국과 중국 사이에 정치·경제적 갈등이 있더라도 서로 손을 잡고 각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옥도자기 전문가인 구팡 중국 소장가협회 학술연구부 전문위원은 만주의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다보성 소장품 홍산문화시대 다양한 옥기유물들을 들여다봤다. 홍산문화는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요하 지역을 중심으로 번영한 선사시대 유산이다. 다양한 옥기 유물로도 유명하다. 특히 용 모양 옥기인 옥룡은 홍산문화의 상징과도 같이 간주되고 있다. 구팡은“사실 홍산문화는 어떤 국가의 성립보다 앞서 옥과 제사로 문명을 연 세계사적 의의가 있다”며 “다보성의 방대한 옥기 유물을 잘 정리해 놓은 것도 감명 깊었다”고 했다.
구팡은 “세계 곳곳에 우리 아시아 문화와 예술이 알려져 다보성에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기회가 되면 중국에서 전시를 개최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중국에서 대형 전시를 열 생각이 있다”며 “중국 문화재에 대한 도록을 10권까지 만들었는데, 20권으로 완간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50만명 홈페이지 접속
다보성갤러리가 국제 무대에서 중국문화재 ‘보물창고’로 알려지면서 미국 중국 유럽 등에 거주하는 애호가들의 홈페이지 접속도 늘고 있다. 지난 1년간 50만명이 접속해 중국유물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보성갤러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보성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유물만 해도 신석기 문명인 '홍산(紅山)문화' 시대의 토기로부터 당나라 때의 채회도용(彩繪陶俑), 송나라 때의 정요(定窯)백자, 명나라 백자 '대명만력년제 관청화인문사뉴개관', 원나라 도자기 '청화귀곡자하산문지통', 청나라 때 채색자기 '건륭년제 관법랑채화조문봉퇴병'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보성에는 현재 중국 관련 유물과 문화재 5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김종춘 회장이 중국 고미술품의 가치를 인지하고, 40년 전부터 애써 수집한 결과물이다. 김 회장은 △신석기-한대 명기 △삼국-당대 문화유산 △송대 다기 종합 △원(元)대와 명(明)대 문화 △북송 정요 △청대 도자기 등을 두루 유통시키는 중국문화재 시장의 ‘큰 손’이 됐다.
▲온라인 경매도 활기
다보성갤러리는 중국미술품에 대한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중저가 작품 위주의 온라인경매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7번째 온라인 경매를 성황리에 마친 다보성갤러리의 올해 평균 낙찰율은 50~60% 수준. 명영락 유리홍 서과문 개관, 명선덕 오채 용문 매병, 장태정 죽림칠현 먹, 청 박고도 비연호 등 희귀한 작품들에 열띤 응찰이 이어졌다.
김종춘 회장은 “다양한 유물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공개를 해서 검증도 받고, 평가도 받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 20~30점의 진귀한 유물들을 엄선해서 오프라인 경매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갑 기자 kkk10@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