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드마이크, 24.01.17) '로또'인가, '거품 붕괴'인가...300억 짜리 원나라 도자기가 단돈 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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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4-01-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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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인가, '거품 붕괴'인가...300억 짜리 원나라 도자기가 단돈 2000만원?
18일 마감하는 인사동 다보성갤러리
'중국 문화유산 온라인 경매' 화제
소더비 등 국제 경매가에 비해 '파격'
화교 고미술 애호가들 방문 줄지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문화의 거리' 한켠의 다보성갤러리(종로구 삼일대로 457, 수운회관)에서 진행중인 중국 골동품 경매에 해외미술시장에서의 추정가나 낙찰가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저렴한 가격의 도자 등 공예품이 대거 등장, 주목을 받고 있다.
경매에는 중국 도자와 먹(墨), 각(角)‧호박(琥珀) 공예품과 코담배 병인 비연호(鼻煙壺) 등 모두 49점의 중국 골동품이 출품됐다.
그중에는 원말명초 유리홍연지어문수이관(元末明初 釉里红莲池鱼纹兽耳罐), 명가정 청화쏘가리문개관(明嘉靖 青花鳜鱼纹盖罐), 청광서 종규문먹(淸光绪 钟馗纹墨), 청 서각상(淸 犀角像), 청 용문비연호(淸 龙纹鼻烟壶) 등 희귀하고 가치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작품들은 중국 골동 특유의 화려함과 섬세한 세공으로 중국 고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화동(구리가 녹슨 것) 채색유로 물고기 문양 등을 올려 유약을 발라 구워낸 '유리홍' 도자기의 일종인 '유리홍연지어문수이관'은 몸체 전면을 비늘같은 겹물결 문양으로 채우고 큼직한 잉어 주변에 홍련송이와 물풀잎 모양을 배치, 마치 한폭의 산수화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도자 이름 중 '수이관'은 상서로운 짐승의 머리를 '귀 모양'으로 어깨 4곳에 돌려 붙였다는 의미로 도자에 입체감을 더해주고 있다.
경매 도록에 표기된 이 도자 작품의 낙찰 예정가는 시작가 1000만원으로 추정가는 2000만원으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국제 경매시장에서의 이 작품과 동일한 시대(원나라)에 동일한 기법으로 제작된 골동 도자의 추정가. 중국 최대의 미술시장 정보사이트 아트론(artron.net)에 따르면 2018년 6월 이 작품이 경매에 나왔을 때 추정가는 무려 300억원대 였다.
삼국시대의 '삼고초려 이야기'가 그려진 원말명초 홍녹채삼고초려문관 (元末明初 红绿彩三顾茅庐图罐)은 다보성갤러리의 경매도록에는 추정가 2000만원~3000만원이지만 같은 기법으로 제작된 항아리의 아트론 경매가격표에는 30억원(2017년 5월 28일)으로 나타나 있다.
명나라 시대의 도자로 연못 속 쏘가리 문양이 그려진 명가정 청화쏘가리문개관 (明嘉靖 青花鳜鱼纹盖罐)은 이번 경매 추정가 2000만원~3000만원이지만 동일한 기법으로 같은 시대에 제작된 도자 작품은 2015년 소더비 경매 낙찰가(10월 7일)가 3억1000만원대였다.
청나라 말기의 항아리인 민국하허인 천강채서설풍년항(民国何许人 浅绛彩瑞雪丰年缸)은 시작가 200만원에 추정가 300만원으로 도록에 표기돼 있지만 '아트론'이 기록한 유사형태 작품의 2019년 경매가에는 2억3500만원이었다.
이같은 도자 작품 뿐만이 아니다. 청나라 시대에 소뿔로 만들어진 서각연지어문필통(犀角莲池鱼纹笔筒)은 경매 추정가 200만원~300만원이지만 베이징의 세계적 경매회사인 북경보리박매유한공사(北京保利国际拍卖有限公司)의 유사제품 2007년 경매 추정가는 2000만원대였다.
청나라 시대의 코끼리 모양 코담배 병인 여의상형비연호(如意象形鼻烟壺)는 출품가 10만원이지만 아트론의 유사 제품 2014년 추정가는 544만원이었다.
청나라 연간의 호박약사불좌상(琥拍药师佛坐像)은 경매 추정가 100만원~300만원이지만 유사 제품의 2016년 경매 낙찰가는 3억5000만원(아트론)이었고, 청나라 건륭제 시대에 제작된 청건륭 법랑용향로(淸乾隆 琺琅龙香炉)는 경매 추정가 200만원~300만원인데 아트론이 2014년 평가한 유사제품 추정가는 1억2000만원 대였다.
어떻게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일까.
물론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과 연이은 불경기에 시달리며 해당 작품들의 국제 경매시장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동시에 경기에 민감한 골동 가격이 경기 순환의 흐름을 타고 또 언제 폭등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
순전히 미술 투자자 입장에서만 보면 경매 현장에서 진품을 제대로 골라 구매했을 경우 '로또 쇼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11월 열린 경매에서는 '시작' 단계여서 출품작 40점 중 국내외 중국 고미술 컬렉터들에게 21점이 팔려 52.5%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경매 주관사인 다보성갤러리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경매 온라인 사이트에도 출품작별로 많게는 하루 100명 이상 씩 방문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동남아 화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보성 관계자는 중국 문화유산 경매와 관련 "1983년 창립 이래 40년 동안 국·공립박물관 및 국내 유수의 사립박물관에 보급하는 등 문화유산 보존과 향유에 앞장서고 있다"며 "최근 시작한 중국 문화유산 온라인 경매도 그같은 바램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다보성갤러리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진귀한 우리 고미술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고미술품 역시 이 전체 소장품의 절반을 넘길 정도로 상당량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8일에는 우샤오화(吴少华) 중국소장가협회 고문, 션지아신(宣家鑫) 상하이 서예가협회 부주석, 천커타오(陈克涛) 중국 상하이시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 등 저명한 감정가 3인이 다보성 갤러리를 찾아 중국 관련 고미술품을 감정하며 "중국 박물관에서도 본 적이 없는 매우 광범위하고 종류도 다양하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번에 출품된 49점의 작품들은 경매 기간 동안 다보성 갤러리 4층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고, 다보성갤러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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