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4.03.01) 주·송·원·명·청 중국 황실 문화유산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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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4-03-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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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송·원·명·청 중국 황실 문화유산 기획전
7일까지 다보성갤러리
도자(陶瓷), 먹(墨), 각(角), 호박(琥珀), 비연호(鼻煙壺) 등 50여 점 출품
송 요주요인물문주자,
원 백자양각운룡문매병,
명 영락 금동보살좌상,
명 정군방 박고문주사먹,
청 건륭 어람지보 청화연지홍채용문병 등
청대에 많이 만들어진 비연호(鼻烟壶)는 코담배를 넣어두는 작은 단지를 말한다. 유리, 자기, 옥기 등의 재질로 극히 정교한 것들이 많다. 비휴(貔貅)는 범과 곰을 적절히 닮은 고대 전설 속의 맹수다. 비는 수컷이고 휴는 암컷이다. 식탐이 많은데 항문이 없다. 금은보화를 무지막지하게 먹기만 하고 배설을 하지 못한다. 대신 먹은 금은보화를 도로 토해내 주인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 준다. 중화문화권에서 인기가 높다.
‘청 비휴형비연호’(清 貔貅式鼻烟壶, 높이 5.5cm)는 색유리 비연호다. 원보(元寶) 위에 웅크리고 앉은 비휴가 몹시 정교해 생동감을 전한다. 외뿔 비휴는 수컷이고 쌍뿔 비휴는 암컷이다. 수컷 비휴는 재물을 불러오고, 암컷 비휴는 재물과 복을 지킨다. 원보 앞부분에 ‘황금만량(黃金萬兩)’이란 글자가 찍혀있다.
중국 서주 시대(BC 1046∼BC 771년)에 비가 내리기를 염원하는 내용을 기록한 청동 금문(金文) 반(盤)도 눈길을 끈다. 반은 왕실의 제사용 용기다. 금문은 청동기의 표면에 새겨 넣은 글씨를 뜻한다. 이 청동 반 몸통 바깥에는 두 개의 ‘ㄷ’자 모양 손잡이와 두 개의 원형 고리가 붙어 있다. 네 개의 다리가 바깥쪽으로 벌어진 형태로 반을 받치고, 몸체 안팎에는 여러 길상무늬가 빼곡히 새겨져 있다.
안쪽 바닥과 바깥쪽 바닥에는 모두 311자의 명문이 있는데, 주나라 천자가 감로수를 왕에게 하사하고 왕이 굿을 하며 기우제를 지낸 이야기다. 상나라를 쳐서 주나라를 건국한 무왕과 곤륜산에서 서왕모를 만나 선도(仙桃)를 선물받았다는 목왕도 언급되어 있다.
대체로 청동기 유물에는 특정 사건이나 사실이 금문으로 새겨져 있는데, 이 청동 반 역시 당시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금문사족사이도철문반’(金文四足四耳饕餮紋盤, 13.0×23.1×16.0㎝)이다.
중국의 수려한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중국 문화유산 기획전’이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57 수운회관 다보성갤러리 1, 2, 4층에서 열린다.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 경매도 함께 진행된다.
도자(陶瓷), 먹(墨), 각(角), 호박(琥珀), 비연호(鼻煙壺) 등 50여 점의 작품들이 늠름하게 포진했다.
‘청건륭 어람지보 청화연지홍채용문병’(清乾隆 御览之宝 青花胭脂红彩龙纹瓶 53.5×17.5×21.5cm)은 긴 목에 살짝 바깥을 향해 퍼져나간 입과 당당한 몸체를 가졌다. 청화로 전지화문이 가득 그려진 몸체에는 양각된 붉은 색 용들이 튀어나올 것처럼 꿈틀댄다. 다섯 개의 용발가락은 황제를 뜻하므로 황실에서 쓰였던 자기이다. 어깨에 '건륭어람지보(乾隆御覽之寶)', 굽바닥에 '대청건륭년제(大清乾隆年製)'라는 관지가 양각되어 있다.
화려한 보관과 장신구가 두드러져 보이는 ‘원 청백유자소보살좌상’(元 影青釉瓷塑菩萨坐像, 높이 27cm)은 양손을 자연스럽게 무릎 위에 올렸다. 눈동자를 바라보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중국 도자 조각 기법 중 하나인 자소(瓷塑)는 수준 높은 소조(塑造) 예술이다.
‘원 백자양각운룡문매병’(元 白瓷阳刻云龙纹梅瓶, 32.5×5×11.5cm)은 작은 입에 짧은 목을 가졌고 어깨는 풍성하며 밑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매병이다. 어깨에 봉황문이 있고 복부는 양각된 삼조룡이 크게 차지하고 있다. 하부는 연판문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타원형 몸체와 큰 C자형의 손잡이에 주구(注口)가 달린 ‘송 요주요인물문주자’(宋 耀州窑人物纹执壶, 17.5×5×7cm)는 뚜껑이 있는 주전자다. 몸체는 전지화문이 돌려지고 그 안의 양면에 사슴을 탄 두 사람이 흑상감으로 그려져 있다.
‘명 정군방 박고문주사먹’(明 程君房 博古纹朱砂墨, 높이 36.5cm)은 붉은 색을 내는 먹이다. 앞면에는 박고완상문(博古玩賞紋), 뒷면에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소나무 뜨락 아래 고대 기물을 벌여놓고 감상하는 인물 모습이다. 측면에 ‘대명정군방제(大明程君房製)’란 관지가 있는데 정군방(程君房)은 명대 먹 제조 명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의 중요 문화유산을 수집해 국·공립박물관과 국내 유수의 사립박물관에 보급해 온 다보성갤러리는 “문화유산 보존과 향유에 일익을 담당해 오고 있다”며 “중국의 우수한 문화유산 전시와 경매를 통해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