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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앤드마이크, 23.09.29) [추석특집]'증도가자' 미스터리➀/"보물 지정하면 문화재청장 법정 세우겠다"...김종춘 회장 "증도가자 보물 지정 '부결'은 문화재카르텔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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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3-10-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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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증도가자' 미스터리➀/"보물 지정하면 문화재청장 법정 세우겠다"...김종춘 회장 "증도가자 보물 지정 '부결'은 문화재카르텔의 횡포"

 

공인 받으면 '세계 최초'라는 '직지'보다 138년 앞서
'서지학 권위자' 남권희 교수 인정으로 증도가자 매입 
증도가자 보물 지정 관련 문화재청장 협박한 세력 

고려시대 불경 '증도가'를 인쇄한 것으로 알려진 금속활자인 '증도가자' 소장자 김종춘 다보성 갤러리 회장. 
고려시대 불경 '증도가'를 인쇄한 것으로 알려진 금속활자인 '증도가자' 소장자 김종춘 다보성 갤러리 회장. 

"고미술 세계에도 '이권 카르텔'이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학연․지연 등을 이용하여 문화재 감정, 국보·보물 지정 등 고미술계 전반에 영향력을 독점 행사하며 거의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자들입니다. 저에 대한 그들의 끊임없는 음해와 공작이 인류 문화유산인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을 막았습니다."

지난 25일 만난 다보성 갤러리(인사동)의 김종춘 회장(전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은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부결 사유에 대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같은 견해를 밝혔다.

2010년 9월1일 서지학자인 남권희 교수로부터 시작된 고려시대 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 진위논쟁은 지난 10여 년 간 고미술과 문화재계의 최대이슈 중 하나였다. 

논쟁·검증·재검증 끝에 2017년 4월 13일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에서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부결했다. 

김 회장은 증도가자의 소장자다. 

증도가자 논란의 시작은 2010년 9월 1일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김 회장의 고려 금속활자들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다보성갤러리가 소장한 '증도가자' . [다보성갤러리 제공]
다보성갤러리가 소장한 '증도가자' . [다보성갤러리 제공]

증도가자는 불교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일명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금속활자다.  

당시 남교수는 이 활자가 보물로 지정된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한 금속활자라고 주장했다. 

남교수의 주장에 학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1239년 이전의 금속활자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인정된다면 세계 인쇄 역사를 바꾸는 획기적 사건이었다. 

국내에 현존하는 증도가는 1239년 제작된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증도가자가 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로 공인을 받으면 세계 최초로 흔히 일컬어지는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1455년 인쇄본)를 인쇄한 금속활자보다는 200여년, 또 청주 흥덕사의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 발행)을 인쇄한 금속활자에 비해서는 138년 앞서 만들어진 금속활자가 된다. 

남 교수의 발표에 당시 조선일보 등 장안의 잘 나가는 메이저신문들도 1면에 대서특필했다. 

증도가자의 진위여부에 고문서를 대상으로 조사, 분석, 비평, 연구하는 서지학(書誌學, 문헌정보학)계는 물론 정부와 일반 국민들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학계의 그같은 폭발적인 관심 덕분인지 문화재청의 한 고위관계자가 김 회장에게 '증도가자'의 보물 신청을 권유했고, 그 이듬해인 2011년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 신청을 넣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문화재청이 주도해 실시한 6년여의 지난한 검증 작업 끝에 나온 결론은 '증도가'를 인쇄한 '증도가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017년 4월 13일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의 서체 비교, 주조와 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검증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어 보물지정 안건을 부결했다.

당시 회의록의 부결 사유를 그대로 옮겨 본다. 

바. 의결사항

ㅇ 부결

- 1. 증도가자로 지정 신청된 활자는 서체비교, 주조 및 조판 등 과학적 조사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려움

2. 신청 활자의 중요성에 비추어 고려금속활자의 여부에 관해서도 검토한 결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음

3. 그러나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문명하고 금속활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 수반, 초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하여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려움

그러나 아직도 증도가자의 소장자인 김종춘 회장을 비롯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알린 남권희 교수를 필두로 한 학계에서는  정부의 결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증도가자의 진위논란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증도가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1점, 청주고인쇄박물관이 7점을 소유하고 있으며 김 회장이 59점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증도가자와 함께 '네다리형'으로 불리는 고려시대 활자 42점까지 총 101점에 대해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네다리형 활자는 인쇄본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한국서지학회 등은 고려시대 금속활자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서지학적으로 고려시대 금속활자는 뒷면의 형태로 시기를 구분한다. 활자 뒷면 중간 부분을 움푹 파서 활자판에 고정시키는 '홈형'은 고려 초기, 4개 모서리에 다리를 단 '네다리' 활자는 고려 후기에 제작됐다고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홈형과 홈날개형 활자는 11~12세기, 네다리형 활자는 13세기 후반~14세기 것으로 인식한다. 증도가자는 홈형과 홈날개형 활자였다.

김종춘 회장은 증도가자의 입수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많은 문화재가 그러하듯 증도가자 역시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됐다. 이후 1995년 3〜4월경 일본 고미술상 구카야 마코토가 다다에게 구입한 것을 대구에서 문화재매매업을 하는 박진규가 사들이며 국내에 반입됐다. 

박진규는 대구의 문화재매매업계의 대상 김환재에게 매매위탁했고, 의사 김병구가 구입하여 소장중인 것을 2010년 8월 김회장이 구입했다.  김회장이 구입했지만 소유자 명의는 부인 이정애씨 이름으로 돼 있다. 

"2010년 3〜4월 대구지역 고미술 업계 관련자로부터 금속활자 얘기를 듣고 서지학자 남권희 교수를 수소문하여 진위를 문의하였더니 5년 넘게 이미 연구해본 결과 고려금속활자가 틀림없다고 해 2010년 5월 중·하순경 대구 문화재업계 인사의 소개로 소장자인 김병구 박사를 만나 양도를 요청했습니다. "

김 회장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몇 달 후 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8월 15일로 기억) 김병구 박사가 전화해 활자 구입 의향이 있느냐고 묻길래 곧바로 처남 이준영과 함께 대구로 내려가 활자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남권희 교수를 만나 활자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었고, 그해 9월 1일 남권희 교수의 발표 및 전시가 개최된 것입니다."

9월 1일 남권희 교수가 김 회장이 소장한 금속활자를 '증도가'를 인쇄한 '고려시대 활자'라고 주장하며 파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 회장이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 신청을 하며 진위 논란도 불붙기 시작했다. 

"저는 활자박물관을 만들 의향은 있었으나 문화재 지정 신청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문화재청 정책국장이 저를 두 번이나 찾아와 국가지정 문화재 신청을 권유했습니다."

김 회장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2011년 신청을 했던 것인데, 문화재청은 7년여를 끌다가 2017년에 지정을 하지 못하겠다고 결론 내렸죠. 저로서는 문화재로 지정신청을 강권한 문화재청이 이번에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발뺌하는 격이었으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같은 주장과 함께 김 회장은 2건의 서류를 보여주었다. 

문화재청이 '증도가자'의 소장자인 김 회장에게 최근 2차례(7월 19일, 8월 10일)에 걸쳐 보내온 답변서 였다. 

앞서 김회장은 문화재청에 "고려금속활자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부결 의결에 따른 문화재청 공무원 및 심의의원들의 직권 남용에 대한 문책 및 보물 지정 재심의 절차 개시를 요청"하는 내용의 민원을 2회 접수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영인본(삼성출판박물관 소장 보물 758호). 금속활자를 목활자로 번각해 인쇄한 것이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영인본(삼성출판박물관 소장 보물 758호). 금속활자를 목활자로 번각해 인쇄한 것이다. 

두 차례 문화재청에서 보내온 대변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보물 지정 부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박00은 2017년 보물 지정 검토 당시 동산문화재분과 위원이 아니었으므로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와는 무관하다. 

2. 황00은 당시 담당 과장으로서 기자간담회에서 위원회 결과 내용을 발표하였을 뿐 의견 개진 등 위원회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없다. 

3. 주지하다시피 과학분석, 서체 비교, 주조.조판실험 등 현재 가능한 거의 모든 방법의 조사가 이루어진바 새로운 방법론이 제기되지 않으면 추가 지정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문화재청 답변은 2017년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부결' 발표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본인이 소장한 증도가자를 '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로 이미 서지학적, 과학적 검증을 통해 확인했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 김 회장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수 있다. 그리고 급기야 김회장이 도달한 결론은 어떤 세력 즉 문화재카르텔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이 부결되는데 문화재 카르텔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이 대목에서 김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재위원회가 보류가 아닌 부결로 결론을 낸 것은 증도가자 자체의 의미나 가치와 무관합니다. 후일 들은 얘기가 있는데 역시 앞서 말씀드린 문화재 마피아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합니다.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면 문화재청장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협박한 세력이 있습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