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0.04.06) 날마다 깨달음 붓질…그래서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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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1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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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마곡사 뒤편 태화산 중턱의 토굴 화림원(華林院)에서 수행 중인 정현 스님(正玄 · 69)은 20여년 전부터 '날마다 좋은 날'을 화제(畵題)로 그린 선화(禪畵)를 나눠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현 스님은 명함대신 한지에 그린 채색 선화가 담긴 봉투를 내밀고,토굴에 찾아오는 사람에게도 꼭 그림을 선물한다.
정현 스님의 선화에는 지혜의 상징인 문수동자가 익살 맞은 표정의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간다. 지혜의 상징인 문수동자와 진면목의 소,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하나의 몸에 머리가 둘 달린 전설의 새 공명조,구멍 없는 피리와 환희의 연꽃,금빛 광명 등이 선화에 단골로 등장한다.
한 몸에 달린 두 개의 머리가 서로 시기하고 욕심을 부리다 결국 자멸한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공명조는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욕심은 화를 부르므로 욕심을 버리고 지혜롭게 살라는 뜻이다.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는 항상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살피는 '깨어있음'을 강조한다. 욕심을 버리고 지혜롭게 살면 매 순간,나날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정현 스님은 선화를 통해 설파한다.
8~15일 서울 경운동 수운회관 2층 다보성갤러리에서 열리는 정현 스님의 선화 전시회 '날마다 좋은 날'은 정현 스님의 '10만장 그림 보시'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20세기 한국 불교의 대선사였던 전강 스님의 제자로,선방 수행을 거쳐 미국에서 오랫동안 포교했던 정현 스님이 선화 보시를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11년 동안 일일이 먹으로 그림을 그리고 채색한 선화 1만800장을 보시했고,그 뒤로는 판화로 찍은 그림을 채색한 선화를 매년 1만장 이상 보시해왔다.
정현 스님은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행복하고 기쁘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화를 그려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보시하겠다"고 밝혔다.
다섯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에서 정현 스님은 문수동자와 보현동자,공명조와 연꽃 등을 풍자와 해학의 미로 함축해 현란한 오방색으로 그려낸 선화 70여점을 선보인다. 정식 그림 수업을 받은 적은 없지만 정현 스님의 그림은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런데 왜 '날마다 좋은 날'일까. 정현 스님은 "날마다 좋은 날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욕심 부리지 않고 화를 내지 않고 상대방을 탓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행복하고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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