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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 2020.11.16) "사장(死藏) 위기 증도가자, '고려금속활자'로 문화재 재신청 고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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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5,030
  • 작성일20-12-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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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증도가자와 10년 고투(孤鬪),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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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춘 다보성갤러리(전 한국고미술협회장) 회장이 증도가자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위해 10년간 외로운 싸움

정부의 석연치 않은 문화재 지정 부결 결정에 안타까움

문화재 되면 직지보다 138년, 구텐베르크보다 200여년 앞서

고려금속활자로 재지정 신청 개연성도 열어둬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 일명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 여부를 놓고 10년째 정부 당국(문화재청)과 학계와 소장자 등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논란의 중심에 증도가자 101점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춘(전 한국고미술협회 회장) 다보성갤러리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2010년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증도가자’의 현존에 대해 언론에 공개, 파장을 일으킨 이후 이듬해 소장 중인 금속활자를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고, 꾸준히 “증도가를 인쇄한 고래시대의 금속활자가 맞다”는 주장을 펴왔다.

 문화재청은 자체 조사단과 국과수 검증 작업 등 여러 조사를 거쳤고, 급기야 2017년 ‘문화재 지정 부결’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그러나 발표 이후에도 ‘부결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일부 학계는 ‘증도가자가 맞다’는 반론으로 맞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화재청장이 “이 안건에 대해 원점에서 재심의할 수 있다”며  “새로운 입증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북한 개성에서 출토된 활자들과 비교 검토하면서 계속 연구하겠다”고 발언해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이어서 문화재청은 향후 예산 5억5000만원을 들여 ‘고려금속활자 가치 규명 조사연구’를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증도가자 진위 여부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학계에서는 ‘증도가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자보다는 200여년, 직지보다는 138년 앞서는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세계 인쇄 역사의 혁명적 사건이라며 그 같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을 만나 그간의 경위에 대해 물어보았다.

 -증도가자가 그동안 여러 절차를 거쳐 검증 결과 지난 2017년 문화재 지정이 부결됐다. 어떤 문제때문인가.

 "2014년 1차로 조사한 증도가자기초학술조사단에서 고려시대 진품 활자라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2017년 문화재청은 ‘증도가’ 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힘들다는 점과 출처 및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부결을 결정한 문화재위원 일부가 소장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지닌데다  학술조사 책임자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부결에 이르기까지 ‘입수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문화재청에 소명한 바처럼 ‘일본 고미술상 → 박00 → 김00 → 김00 → 이00 → 이00’ 순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현존하는 국가 문화재가 모두 그 출처나 경위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문화재보호법 및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서도 그 출처와 취득경위를 국가 문화재 지정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에 입수 경위를 문제로 삼는 것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2011년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게 된 정황에 대해 말해달라

 -애초에는 문화재 지정 신청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화재청의 당시 정책국장이 몇차례 찾아와 지정 신청을 권유했고, 그래서 신청서를 냈다. 일각에서는 내가 금속활자를 문화재로 지정받은 후 이를 거래해 재산을 부풀리려 한다고 비난했지만 문화재는 우리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개인적 치부를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여기에 지정 신청 권유에서 부결 그리고 지난해 국감에서 문화재청의 재검토 발표 등 갈팡질팡하는 ‘문화재 행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증도가자 진위와 관련해서는 남권희 교수 이름도 많이 등장한다. 어떤 관계인가.

 "남권희 교수는 활자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한국 최고 권위의 서지학(書誌學ㆍ문자를 수단으로 표현된 책 등 결과물을 조사ㆍ연구ㆍ비판) 학자이자 권위 있는 금속활자 전문가다.  남 교수는 문화재청이 2014년부터 18개월간 정부예산 2억을 들여 운영한 증도가자기초학술조사단을 경북대산학협력단의 이름으로 30여명의 전문가와 함께 이끌었고, 조사한 금속활자가 증도가를 인쇄한 고려금속활자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연구 조사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도 가세했었다. "

 -40년 가까이 고미술품을 취급하며 감정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 회장까지 역임했다. 어떤 근거로 증도가자는 진품이라는 주장을 펴게 됐는지.

 "그동안 다양한 문화재를 감정했다. 도자기와 서화는 물론 목기와 금속유물까지도 모두 직접 만지고 실험하면서 진위와 제작연대를 알게 됐다. 학술적으로 부족한 지식은 학자들의 도움을 통해 채우면서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감정전문가로서 활동했다. 그러한 전문적인 안목으로 볼 때 고려시대 금속활자임을 확신했다."

 -문화재청이 ‘부결’ 결정을 내린데는 2015년 국과수 검증 결과도 한몫했다.

 "당시 국내 최고의 서지학과 서체분석 학자들은 국과수의 비교분석과 해석에 큰 문제점이 있음을 이미 충분히 지적했다. 국과수 검증 대상도 증도가자와 무관한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7점이었다."

 -증도가자의 보물지정 부결 당시  ‘문화재 마피아’ 운운하는 발언도 했는데.

 "문화재 마피아는 고미술 분야의 일부 학자와 상인이 결탁해 사익을 획득하기 위해 문화재의 가치를 왜곡하고, 고미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부도덕한 문화재 감정 및 유통 집단을 말한다. 증도가자의 부결 과정에도 그 같은 ‘문화재 마피아’가 관여돼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일부 세력이 증도가자를 문화재로 지정할 경우 당시 문화재 행정분야 최고 책임자를 법정에 세운다는 위해성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지금도 무성하다.  문화재 마피아가 바로 그런 세력들이라고 여겨진다"

 -2017년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면서 “결론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문화재청은 ‘부결’이라고 결론내렸다.

 "문화재위원회가 보류가 아닌 부결로 결론을 낸 것은 증도가자 자체의 의미나 가치와 무관하다. 후일 들은 얘기가 있는데 역시 앞서 말씀드린 문화재 마피아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향후 일정은.

 "증도가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서 국가 문화재 지정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됨이 마땅하다. 인류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어떻게든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고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만 증도가자가 1239년 이전에 ‘증도가’를 인쇄한 것 이외에 다른 도서와 문서를 인쇄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고려금속활자로 문화재지정 신청을 다시 할 개연성도 열어두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정부의 '현명한 선택'만 남았을 뿐이다.”

이경택기자 ktee@

 

 

■증도가자

 

증도가자(證道歌字)는 보물(제758-1호)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고 일부 학계에서 주장하는 금속활자다. 국내에 현존하는 증도가는 1239년 제작된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직지 이전까지는 구텐베르크가 1455년 금속활자, 압축 인쇄기, 용지를 기록해 인쇄한 ‘42행 성서’가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여겨져 왔지만, ‘직지’에 기록된 1377년 청주 흥덕사 발행이라는 내용이 인류의 인쇄 역사를 78년을 앞당긴 것이다. 따라서 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가 문화재로 지정되며 공인될 경우 최소한 1239년 이전 금속활자로 인정 받는 것이기 때문에 직지보다는 138년, 구텐베르크의 활자보다는 200여년 앞서는 것으로 ‘세계 인쇄’역사를 바꾸는 혁명적인 사건으로 남을 수 있다.  

 증도가자 진위 논란은 2010년 9월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남권희 교수가 증도가자를 공개하면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라고 주장하며 비롯됐다. 그러던 차에 2011년 문화재청으로 증도가자에 대한 보물 지정 신청이 들어왔고, 문화재청은 2014년 남 교수에게 진위에 대한 용역 조사를 맡겼다. 남 교수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다보성갤러리에서 공개한 금속활자 101점이 모두 ‘증도가자’ 혹은 ‘고려 시대 활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증도가자 및 고려 시대 금속활자라고 학계에서 주장하는 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㠅(복)’자와 개성 만월대 출토 고려활자 6점(2015년 출토), 그리고 다보성갤러리 의 김종춘(전 한국고미술협회장) 회장이 소장한 101점이다.

 7년여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2017년 4월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의 서체 비교, 주조와 조판(組版·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검증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며 문화재 지정 신청을 불허했다.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회의록을 통해 “연대 측정 결과 신청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연대는 11세기 초에서 13세기 초로 추정된다”면서 “신청 활자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보다는 검증 방법이 더 개발되고 발전될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문화재청은 ‘보류’아닌 ‘부결’로 최종 결정을 내려 일부 학계와 소장자 등이 반발했다.



기사 원문 : e대한경제 (dnews.co.kr)